도봉갑서 '역전 드라마' 쓴 김재섭 "등골이 서늘하다" [당선인 인터뷰]

입력 2024-04-11 15:48   수정 2024-04-11 15:49



지난 10일 실시된 22대 총선에서 정권 심판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승'한 가운데, 서울 강북 지역에서 '나 홀로' 살아남은 지역구가 하나 있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한 '도봉갑'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후보의 당선은 이번 총선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고(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이어 배우자 인재근 의원이 도합 6선을 했던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그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 당선인이 단 한 번도 우세한 적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김 당선인은 그러나 11일 지역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민심은 달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심판론이 셌지만, 국민들이 그것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시진 않는 것 같다"며 "후보의 경쟁력, 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신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재섭 당선인은 49.05%,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7.89%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16%포인트, 1094표로 초박빙이었다. 전날 발표된 지상파 3사 여론조사에서는 김 당선인이 45.5%, 안 후보가 52.4%로 집계돼 '이변이 없는' 지역인 줄 알았으나,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충격적 패배'를 경험하게 됐다.

김 당선인은 승리를 이끈 요인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김 당선인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난 4년 동안 지역을 지켰다. 그는 "요령이나 비결이 있다기보다, 저는 항상 도봉구에 있는 사람이고 도봉구 주민 곁에서 일할 사람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보여드렸다"고 했다.

김 당선인은 자신을 국회로 보내준 도봉구민들을 향한 감사함을 드러내며 지역을 위한 공약을 이뤄나가는 한편, '심판받은' 정부 여당을 향한 '쓴소리 맨'의 역할도 감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당이라 하더라도 정부와 발맞추는 것 이외에도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때론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건전한 당정관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Q. 정말 어려운 선거에서 당선됐다. 소감은?

"민심은 천심이다. 이렇게 거센 정권 심판 바람이 부는 가운데 강북에서 한 명을 살려주셨다. 그 한 명이 그래도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에 쓴 소리를 냈던 사람이라는 건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등골이 서늘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으로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대선을 이겼다. 이게 오래갈 것 같았는데, 2년 만에 원사이드로 져버리는 선거가 된다는 게 정말 민심이 무섭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잘 가야만 한다는 그 가운데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Q.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는 꾸준히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결과를 예상했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느낌은 되게 좋았다. 정권 심판론이 셌지만 국민들이 그것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지는 않는 것 같다. 후보의 경쟁력, 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보시고 종합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신다. 정권 심판론이 세게 불고 몇 개 여론조사에서는 뒤지는 결과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민심이 이길 것이다, 밑바닥 올라오는 민심이 다르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Q. 승리 요인을 꼽는다면?

"진정성과 일관된 모습이다. 제가 당협위원장 직위로 지난 4년 동안 2주마다 현수막을 교체했는데, 한 번도 당에서 내려온 걸 써본 적이 없다. 때마다 구청에서 알려주면 좋은 정보나 주민들이 잘 모르실 법한 정보들을 현수막으로 걸었다. 정쟁 현수막은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다. 당에서 요청이 와도 하지 않았다. 독감 예방 접종 주사나 노후주택 정비 사업 신청 공고 등 주민들에게 득이 될 만한 내용으로 걸었다. 학교 앞에는 노란색으로 서행해달라는 내용을 걸었다. 그런 세월이 4년을 꼬박 채웠다. 선거가 아니어도 지하철에서 민원도 받고 그랬다. 요령이나 방법, 비결 이런 거라기보다 그냥 항상 저는 도봉구에 있는 사람이고, 도봉구 주민 곁에 있고, 일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오랜 시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0. 앞으로 도봉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일단 우리 지역이 '호구'가 되는 일은 안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시내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지하철, 버스, 자가용 셋뿐인데 지하철역은 우리 지역구 내에 3개밖에 없다. 그런데 4호선은 진접, 1호선은 의정부를 지나 연천까지 연결되다 보니 이미 도봉구에 열차가 들어올 때는 꽉 차 있다. 그 상태에서 매일 멀리 가야 하니 매일 지옥철이다. 동부간선도로도 마찬가지다. 의정부 위까지 다 뚫으니 새벽 5시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도봉구는 호구냐는 거다. 원래 1호선 지하철이 창동역에서 출발하는 착발 열차가 8대 있었는데 이것도 사라졌다. 우리는 의정부와 도심에 모든 걸 내주고, 교통 인프라도 경기도에 다 내주고도 서울이라는 이유로 규제란 규제는 다 받는다. 이런 허울 좋은 건 안 하고 싶다. 저를 선택해주신 도봉구민들에게 푯값을 하는, 때론 다른 지역에 이기적으로 보일 때가 있더라도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교통과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이 될 것이다."

Q. 22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보나

"정치 관행이 복원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모두가 제도의 극한을 다 쓰고 있다. 의회에서 상임위를 패싱할 수 있는 것을 제도적으로 다 한다. '무도한 것 아니냐'고 해도 '합법이다' 이러면서 싸운다. 법사위원장이나 예결위원장도 야당에 줬던 관행을 깨고 다수 석이 되면 다 뺏어간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 지켜온 정치 관행이 지금 완전히 사라지고 제도와 제도가 부딪힌다. 국회는 거야가 됐고,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많이 한다. 양쪽 다 통상적이지 않다. 제도가 극한끼리 부딪친다. 그래서 교착 상태가 일어나고, 지지자들도 감정적으로 극단화된다. 이런 것을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가 되면 우리 정치의 관행을 복원하고 타협하고 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우리가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우리가 정부 여당이니까."

Q. '국민의 대표'로서 22대 국회 들어가서 꼭 하고 싶은 일을 꼽는다면?

"사실 많다. 개인적으로 걸어온 삶과 연결해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보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 지금은 치료 중심으로 보건 정책 예산이 투입되는데, 어르신들이 늘고 병원 비용이 늘어날 테니 그 예산은 앞으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 과도한 의료비 부담, 보건 정책에 따르는 예산을 생각해보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보건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무슨 정치인이 운동하는 거까지 신경 써'라고 할 게 아니다. 미국만 해도 비만과 소득수준이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비만은 생명 문제와 직결된다. 건강과 먹는 것의 문제는 결국엔 그 사람의 삶의 질이라든지 국가 정책에 드는 비용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조금 더 유연한 방식, 독창적 방식으로 보건 정책이 바뀌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

"위대하신 선택을 해 주신 도봉구 주민들에게 경외와 존경심을 느낀다. 도봉구 주민들께서 주신 푯값을 반드시 하겠다. 국민들께서 김재섭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을 거고, 그게 제 생각에는 국민들에게 심판받은, 회초리를 세게 맞은 정당을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정당으로, 궤도에 다시 올리라는 역할로 받아들인다. 여당이라 하더라도 정부와 발맞추는 것 이외에도 입법부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때론 긴장 관계 유지하는 그런 건전한 당정관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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